중국 땅 한복판에서 이슬람 사원과 터번, 양고기 냄새가 나는 시장이 펼쳐진다면, 믿어질까요?
‘중국=한족 문화’라는 고정관념을 깰 만큼 독특한 문화를 간직한 민족, 바로 위구르족입니다.
실크로드를 따라 흘러온 문명, 사막과 오아시스의 경계에서 살아온 그들의 세계를 함께 만나봅니다.
1. 위구르족 개요 – 누구이며 어디에 사는가?
위구르족(维吾尔族, Wéiwú’ěr zú)은 중국의 공식적인 55개 소수민족 중 하나로, 인구는 약 1100만 명 이상입니다. 주로 신장 위구르 자치구(新疆维吾尔自治区)에 거주하며, 카슈가르, 우루무치, 호탄 등 서부 도시를 중심으로 모여 살고 있습니다.
그들은 튀르크계 민족으로, 민족 정체성과 언어, 종교, 생활양식에서 중국 본토의 한족과 뚜렷한 차이를 보입니다. 언뜻 보면 중동, 혹은 중앙아시아의 나라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그들의 모습은 이국적입니다.
신장은 중국 국토의 약 1/6을 차지할 정도로 넓은 지역이지만, 대부분이 사막과 고산지대입니다. 그 속에서도 위구르족은 오랜 시간 오아시스를 중심으로 정착하며, 유목과 상업을 기반으로 자신들만의 독특한 삶을 만들어 왔습니다.
2. 언어와 종교 – 튀르크어와 이슬람의 깊은 뿌리
위구르족이 사용하는 언어는 위구르어(维吾尔语)입니다. 이는 튀르크어족에 속하며, 문자는 아랍 문자계를 기반으로 합니다. 중국어(한어)와는 어순, 발음, 문법 구조 모두 전혀 다르며, “문자와 언어부터 다른 민족”이라는 점이 그들의 문화적 독립성을 보여줍니다.
종교는 대부분 수니파 이슬람교를 믿습니다. 이로 인해 하루 다섯 번의 기도, 라마단 기간 단식, 금주·금육(돼지고기 금지) 등의 율법을 따릅니다. 신장 곳곳에 자리한 모스크(清真寺)는 단순한 예배 장소를 넘어 지역 공동체의 중심 공간으로 기능합니다.
그들의 삶은 종교와 언어를 중심으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이러한 요소는 위구르족의 문화 정체성을 지키는 핵심 기반이 됩니다.
3. 의복, 음식, 예술 – 오아시스 문화의 색과 향
전통 의상은 화려한 색감과 패턴이 특징입니다. 남성은 네모난 모자인 도파(Doppa)를 쓰고, 여성은 긴 드레스와 화려한 스카프, 은 장신구로 자신을 꾸밉니다. 머리카락을 여러 갈래로 땋거나 무늬를 넣는 등 전통 미용 문화도 인상적입니다.
음식 문화는 이슬람 율법에 따라 할랄(Halal)을 따릅니다.
대표 음식으로는
- 라그만(手抓面): 손으로 늘린 면에 양고기와 채소를 볶아 넣은 국수
- 카오양로우촨(烤羊肉串): 양꼬치
- 난(馕): 돌판에 구운 납작한 빵
이 외에도 요거트, 말린 과일, 큐민향이 강한 요리들이 풍부합니다.
예술과 음악도 매우 독특합니다. 전통 음악인 무카무(Muqam)는 12개의 음악 조성으로 구성된 대서사시적 음악 형식으로, 2005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죠. 그들의 춤은 역동적이고 손과 팔의 동작이 두드러지며, 빠른 템포와 리듬이 특징입니다.
4. 실크로드의 후예 – 위구르족의 역사적 뿌리
위구르족은 단순한 ‘중국 소수민족’이 아닙니다. 그들은 중앙아시아 역사와 실크로드 무역의 중심을 이룬 민족입니다.
기원후 8세기경, 몽골 고원에서 세력을 키운 위구르 제국(回纥)은 당나라와도 외교 관계를 맺었으며, 티베트 고원, 타림분지, 중가리아 지역까지 그 세력을 넓혔습니다.
하지만 제국이 붕괴된 후, 일부 위구르계 집단이 현 신장 지역의 오아시스 도시국가로 이주하여 정착했고, 이들이 오늘날 위구르족의 선조가 되었습니다.
이후에도 위구르족은 실크로드의 핵심 도시인 카슈가르, 쿠처, 호탄 등을 중심으로 교역과 문화를 이어갔으며, 이슬람교는 10세기 무렵부터 본격적으로 퍼져 지금의 종교 정체성을 이루었습니다.
즉, 위구르족은 단순한 주변 민족이 아니라, 실크로드 문명의 주역이자 수호자였던 것입니다.
5. 신장이라는 땅 – 사막과 오아시스의 이중성
신장은 그야말로 ‘극과 극의 땅’입니다. 고비 사막, 타클라마칸 사막, 천산산맥, 파미르 고원이 어우러진 이 지역은, 혹독한 환경과 아름다운 오아시스를 동시에 품고 있습니다.
도시와 도시 사이는 광활한 사막으로 연결되며, 그 사이 오아시스마다 독자적인 문화, 방언, 풍속이 유지되어 왔습니다. 그래서 ‘한 땅 안의 여러 나라’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죠.
대표적인 도시는
- 우루무치: 행정 중심지, 신장 최대 도시
- 카슈가르: 위구르 문화의 심장부, 전통 시장과 골목이 인상적
- 호탄: 비취(옥)의 산지, 고대 오아시스 도시
6. 민족성과 자치 – 위구르족과 중국 국가의 관계
중국 정부는 신장에 대해 ‘자치구’ 지위를 부여하고 있으나, 실질적인 문화 자치, 언어 사용, 종교 자유 문제에 있어서는 많은 갈등이 존재합니다.
특히 최근 수년간 위구르족에 대한 감시, 재교육 캠프 논란, 종교 제한 등의 인권 문제가 국제적으로 크게 부각되며, 이 지역은 정치·외교적으로 가장 민감한 지역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이 블로그 시리즈에서는 정치적 논쟁을 넘어서, 위구르족이 오랫동안 지켜온 문화의 본질과 인간적 삶의 결에 초점을 맞추고자 합니다.
7. 중국어 학습 포인트 – 관련 어휘 정리
- 위구르족 → 维吾尔族 (Wéiwú’ěr zú)
- 신장 위구르 자치구 → 新疆维吾尔自治区 (Xīnjiāng Wéiwú’ěr Zìzhìqū)
- 모스크 → 清真寺 (Qīngzhēnsì)
- 양꼬치 → 烤羊肉串 (Kǎo yángròu chuàn)
- 실크로드 → 丝绸之路 (Sīchóu zhī lù)
‘중국’이라는 거대한 집 속의 또 다른 세상 우리는 흔히 중국을 ‘하나의 문화’로 생각하지만, 위구르족의 삶을 들여다보면 그 속에는 너무나 다양한 언어, 종교, 역사, 예술이 공존하고 있음을 느끼게 됩니다.
위구르족은 지금도 오아시스 도시에서 양고기를 굽고, 도파를 쓰며, 라마단의 해를 지키고, 아이들에게 위구르어로 노래를 가르칩니다.
그들의 삶은, 단순히 중국의 일부가 아니라, 하나의 문명으로써 살아 숨 쉬고 있는 세계입니다.
📌 다음 화에서는 ‘티베트족’을 만나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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