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유랑기/중국 56개 소수민족

바이족, 하얀 옷과 차향의 민족 – 운남의 불교와 자연을 담은 삶

유랑기록자 2025. 5. 30.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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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남성 다리 지역에 뿌리내린 바이족은 '하얀 민족'이라 불립니다. 불교와 차문화, 그리고 그들의 고요한 미학을 들여다봅니다. 

바이족 이미지
챗GPT 자체 제작

 

“이토록 흰색이 따뜻한 민족이 있을까?” 운남성 다리(大理)의 바람결을 따라가다 보면, 자신을 ‘하얀 민족(白族)’이라 자칭하는 이들을 만나게 됩니다. 그들은 흰옷을 즐겨 입고, 흰 돌로 집을 짓고, 차를 나누며 하루를 보내는 사람들, 바로 바이족(白族)입니다.

 

1️⃣ 바이족의 뿌리와 역사 – 다리국의 후예

바이족은 주로 운남성 서부, 특히 다리(大理) 지역에 집중적으로 거주하며, 중국 내에서 인구 약 200만 명에 달하는 소수민족입니다.

 

역사적으로 바이족은 8~13세기경 존재했던 ‘남조(南诏)’와 ‘대리국(大理国)’의 직접적인 후예로 여겨집니다. 이들은 당나라와 송나라 시기, 자치적인 왕국을 유지하며 문화를 발전시켰고, 그 중심은 언제나 ‘하얀 것(白)’에 대한 미학적 가치였습니다.

“바이(白)”는 단지 색이 아니라, 정신이다.

 

다리국 멸망 이후에도 바이족은 자신의 정체성과 문화를 꿋꿋이 지켜왔습니다. 오늘날에도 다리 고성(大理古城) 곳곳에서는 옛 왕국의 흔적이 생생하게 살아 숨 쉬며, 많은 여행자들에게 중국 속 ‘고요한 유럽’ 같은 풍경을 선사합니다.

 

 

 

 

 

운남성 이미지
출처 : pixabay

 

2️⃣ 흰색의 미학 – 건축과 의복의 언어

바이족의 대표적인 문화적 특징은 ‘흰색’에 대한 집착에 가까운 애정입니다.

 

이들은 예로부터 흰 옷을 즐겨 입었고, 흰색 석재를 활용해 전통 가옥 ‘삼방일조(三坊一照)’를 지었습니다.

삼방일조란?
3면의 건물과 1면의 벽으로 구성된 ㅁ자형 구조 → 집 안 마당에 햇살이 잘 들도록 설계 
흰 벽, 검은 기와, 푸른 하늘
바이족의 마을은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미학 그 자체입니다.

 

특히 여성 의복은 하얀 상의 + 자수 스카프 + 은장식 허리띠로 구성되며, ‘하얀 백합꽃’처럼 순결하고 고고한 인상을 자아냅니다.

 

 

 

 

 

 

 

3️⃣ 종교와 신앙 – 불교, 민간신, 그리고 돌의 신

바이족의 신앙은 매우 독특한 혼합성을 지닙니다. 불교를 중심으로 도교, 민간신앙, 자연신 숭배가 함께 공존하죠.

대표 사원: 삼탑사(崇圣寺三塔)
→ 9세기부터 이어온 운남 불교의 성지
→ 세 개의 하얀 탑이 바이족의 정신적 중심

삼탑사 이미지
출처 : pixabay

 

또한 ‘벤수신(本主神)’이라 불리는 수호신을 마을마다 따로 모시고 있으며, 산, 바위, 샘물, 나무 등 자연 요소에도 신성이 깃들어 있다고 믿습니다.

바이족에게 종교란, 형식보다 삶 그 자체에 가까운 언어입니다.

 

 

 

 

 

 

4️⃣ 찻잎 속의 문화 – 삼도다례(三道茶)

바이족의 대표 문화 중 하나는 단연 차 문화입니다. 그 중심에는 ‘삼도다례(三道茶), 즉 세 번 차를 달여 마시는 독특한 예절이 있습니다.

  1. 첫 잔 – 고차(苦茶): 쓴맛으로 인생의 시작을 의미
  2. 두 번째 – 감차(甘茶): 단맛으로 성공의 달콤함을
  3. 세 번째 – 회차(回味茶): 쌉싸름한 끝맛으로 삶의 깊이를 상징

이러한 삼도다례는 결혼식, 손님 접대, 명절 행사 등에 반드시 포함되며, ‘차를 통해 인생을 배운다’는 문화 철학이 녹아있습니다.

“苦尽甘来, 一茶三味”
쓴맛 끝에 단맛이 온다, 차 한 잔에 삶이 담긴다.

 

 

5️⃣ 현대의 바이족 – 관광과 전통 사이에서

오늘날 바이족은 여전히 운남성 다리·보산 일대에 모여 살며, 많은 이들이 관광 산업에 종사하고 있습니다.

 

다리 고성과 이얼하이(洱海) 주변의 고급 민박, 전통 음식점, 공예 상점들은 바이족 전통을 바탕으로 한 브랜드 가치를 창출하고 있죠.

 

하지만 동시에 관광 중심 개발로 인해 전통이 상품화되고, 젊은 세대는 전통 언어나 복식, 신앙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는 현실도 존재합니다.

“하얀 민족”의 고요한 미학은, 이제 현대화의 파도 앞에 서 있습니다.

 

백색 속에 숨은 정신성

바이족은 중국 소수민족 중에서도 가장 정제된 미적 감각을 가진 민족 중 하나입니다. 흰색을 중심으로 구성된 건축, 복식, 음식, 예절은 그 자체로 고요함, 순결, 그리고 강인한 자존심을 상징합니다.

 

그리고 그들의 차 한 잔, 탑 하나, 노래 한 소절에는 수천 년간 살아온 운남의 시간과 신념이 담겨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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